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사실 뻔한 에세이형 자기 계발서 하지만
뻔한 가운데서도 나는 늘 이런 책을 읽는다.
아는 내용이고 아는 교훈인데도 그때그때
나에게 아는 깨달음을 또다시 선사하는
이런 책들은 역시 나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그리고 인간의 무지와 망각을 한 번쯤
되느끼게 되는 것도 같다.
이 책 안에 있는 내용들도 뭔가 몰라서
배우게 되는 교훈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초반의 지루함과 달리 읽으면 읽을
수록 뭔가 점점 빠져 들고 집중하게 되는
책이었다. 보통의 책들이 뭔가
하이라이트를 책의 서두에 두어 강렬한
흡입력을 보이다 점점 그 강도가 약해
지는데 반해 이 책은 뭔가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부분을 발췌해보자면
'해야 하는 이유보다는 하고 싶은 이유를
발견할 때 우리는 더 오래 걸을 수 있다'
- 그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의
무언가라면 좋아하는 것만을 따를 수 만은
없다는 게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must do
보단 like it 일 때 좀 더 지구력을 낼 수
있음은 명백한 사실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지금의 노력이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
인지, 학습된 자기 채찍질이 아닌지
말이다' - 우리는 자기 계발의 늪에 빠져
있다. 그것이 진정 내가 좋아서 하는 건지는
한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끔
나도 나의 독서에 대해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과연 내가 독서를 즐기고 있나
하는 의문 말이다. 한편으론 세상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말로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지가
적다면 비교적 옳은걸 하는 게 맞는 거겠지.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뒤통수를 치듯 띵하게
만든 부분이 있는데 '돈이 많아지는 것은
행복의 증가보다는 고통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 이게 맞다. 그래. 돈과 행복 간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면 항상 증감 쪽에만
항상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역시 돈이 많은 게 고통을
줄이는 측면에 대한 부분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약간 실소한 부분이기도 한데,
나름 인상적이었다. 습관을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운동하기가 계획
이라면 '운동할 뻔하기'도 한 걸로 쳐주기,
역시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는
것이라는 것도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출판사의 중요성도 느낀다.
이 책은 상당히 영리한 레이아웃을 구성
하고 있다. 중간중간 가벼운 삽화와 본문에
등장한 이야기의 핵심을 담은 페이지,
그것은 지루함을 덜어주는 동시에 전체
책의 페이지를 제법 늘려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아마 그런 페이지가 없었다면 이
책의 전체 페이지 수는 현저하게 줄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삽화와 함께 담긴 짧은
글은 핵심을 너무나 잘 담고 있어서 소름
끼칠 정도이다. 또한 꽉 찬 듯 넘치지 않는
문단은 독서의 맥을 잘 이어가주고 있다.
책은 분명 저자의 좋은 문체와 내용이
담긴 글쓰기가 메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이 부가적인 부분에도 독자
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생각해보면,
최근 1인 출판이나 작은 출판기획들도 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생각 없는 출판은
아무리 좋은 글을 담아도 그것을 독자에게
닿을 수 없음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확실히 이 책은 좋은
글과 더불어 위즈덤하우스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