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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gentletongki 2023. 5. 10. 13:43

성장통을 넘어선 사랑의 본질, 박상영 작가의 <1차원이 되고 있어>

박상영 작가의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있어>**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그 깊이가 남다르고,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특별합니다. 소설 속에 담긴 스토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슬프지만 아름다운'**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입니다.


퀴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그간 접했던 퀴어 장르의 서적 중에는 자극적인 요소에만 치중하거나, 퀴어라는 소재 자체에만 몰두하여 소설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삼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1차원이 되고 있어>는 다릅니다. 이 작품은 퀴어라는 소재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충분히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보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한 아이 사이의 절절한 갈등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대방 아이의 관점과 심리를 중심으로 한 권의 책이 더 쓰였어도 매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연애소설의 갈등과 위기는 때때로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퀴어라는 소재가 주는 '금기' 같은 느낌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테두리가 쉽게 걷어내기 힘든 부분이라 더욱 그렇겠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더욱 절절한 감정과 스토리로 다가오게 합니다.

퀴어 서사가 '일상적'이 되기 위한 문학의 역할

이 소설은 분명 성장소설입니다. 그 나이대의 사랑은 어쩌면 하나의 또 다른 성장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박상영 작가는 이 점을 정말 탁월하게 그려냈습니다. 성인의 사랑과 그 나이대의 사랑은 분명 많이 다릅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음은 어쩌면 그 나이대에 겪는 하나의 아픔이자, 동시에 더없이 소중한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 미묘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을 섬세한 필치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특히 이 소설은 한국 사회에서 퀴어 서사가 '일상적'이 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오롯이 사랑과 성장의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독자들이 퀴어라는 렌즈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이끕니다. 문학은 특정 소수자의 삶을 재현하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과 연결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을 확장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1차원이 되고 있어>는 바로 그러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독자들에게 퀴어라는 소재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상영 작가가 앞으로도 이처럼 세밀한 감정이 가득 담긴, 그리고 퀴어 서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소설들을 많이 써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퀴어나 그런 류의 소설들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일상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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