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잡설
이 책은 안주에 대한 이야기들, 그야말로
잡설이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너무 감칠맛
넘치는 그런 이야기들이라서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여러 차례 술과 안주가
생각났다. 소소한 이야기다. 저자가 살아
오면 겪었던 안주와 인생이야기, 사실
인생이랄거까진 없지만, 작게나마 안주에
녹여든 그런 이야기는 이 책의 맛을 더해
주는 조미료 같았다. 특히나 어머니의 손맛
에 대한 이야기에는 한가득 그리움 맛까지
담겨 그 깊이를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시중에 술에 관한 이야기, 혹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은 여럿
읽어봤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안주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책은 쉬이 보지 못했다.
사실상 이 책은 술과 안주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살짝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반대로 술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은
어쩌면 최고의 가이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너무나 맛깔나게
저자가 경험한 안주세계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더욱이 기자출신답게 글에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문체까지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었다. 또한 배우자가 박준면 배우라고
하던데, 부부가 함께 즐기는 술자리도
왠지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어렴풋 들었다.
아무튼, 이런 잡설, 나는 무척이나 좋다.
비록 스스로 잡설이라고 칭하지만,
어찌 보면 따뜻하고 기억이 묻어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술, 그리고 안주는 끼니때마다 살기 위해
챙겨 먹는 음식보단,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럴 때를 기억하고 때론 잊고 싶을 때
마시고 먹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이 책 안에 담겨 있는 저자의 추억이
담긴 몇몇 안주를 나도 한번 따라서
먹어보고 싶다. 물론 그가 먹었던
그 안주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 안주엔
또 다른 나의 맛이 담길 테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