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오래간만에 일본소설, 뭔가 제목에 마지막,
이런 단어가 들어가면 슬프던데, 역시
예감은 틀림적이 없고..
이 작품은 4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고,
크진 않지만 나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각
이야기의 인물이 조금씩 다른 이야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각각 연인에게, 아버지에게,
당신에게, 남편에게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난 이 책을 펴서 첫번째 에피소드인
연인에게를 읽고 펑펑 울어버렸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두번째 이야기는
그만큼의 감정이나 흥미가 일지 않았고,
그래도 두 번째보단 나은 3번째, 4번째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이 작품은 소설이다. 주제만큼은 가볍지
않지만, 가볍게 잘 풀어쓴, 그래서인지
좀 더 쉽게 마음에 다가온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소설임에도 중간중간에 가슴에
무척 깊게 남는 이야기, 대사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있어서 살짝
남겨보고자 한다.
'난 부모님을 여의어본 경험이 없으니까
네가 얼마나 힘든지 다 안다고 위로하지는
못해.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 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기억 속 아니 맘 속에 남는 부분은 좀 더
있었지만, 그래도 위의 두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참 따스한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이야기
[아랫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음]
.
.
결국 열차에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탑승했던 사람 중 해당 역을 지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 역을 지나면 산사람도
죽게 된다는 규칙) 정확히 말하면
지나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 죽으려고 한다면 다들 그 사람을
열차에서 내리게 했다. 외로워서 사랑하는
이를 저승으로 같이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한 명쯤 있을 만도 한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들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살아주기를 바랐기에..
첫 번째 에피소드가 너무 깊게 아름답고
아파서 이후로는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볼 수 있었던 점도 없지 않았던 거 같다.
판타지소설이지만, 글쓴이의 필체에
빠져들 듯 순식간에 한 권을 다 읽어
버렸다. 이번 작품은 슬픔이 많이 남지만,
차후에 이 작가가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출간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