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사실 이번 레미제라블은 볼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국내 초연 때 정성화 장발장의 깊은 감동이 아직 남아
다시금 맛보고 싶긴 했지만, 가장 걱정인 것은 역시나
이번 공연의 캐스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조정은 판틴 하나 보고
그래 한번 더 보자 라는 생각으로 보긴 했으나....
이번엔 블루스퀘어에서 음악은 김문정 음악감독이라는
믿고 들을만한 조건, 하지만...
역시나 캐스팅 이야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나마 선택한 캐스팅은 장발장 역에 민우혁,
사실 뮤지컬 배우로선 정성화와 비교할 레벨이
못되어 그냥 반쯤 포기하는 느낌으로 캐스팅보단
내가 볼 수 있는 날로 그냥 결정했던 터라,
민우혁의 작품은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가
연기나 분위기는 잘 살린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뮤지컬은 역시 노래인데.. 노래인데...;;;아.. 아쉽다고
해두자.
자베르 역할엔 김우형, 시종일관 어둡기만 한 자베르
라니.. 역시 뭔가 부족하고 재미가 없다.
판틴은 조정은이 맡았는데, 역시 믿고 듣는 그녀의
목소리, 근데 역시 판틴이라는 역할이 넘버하나
i dreamed a dream을 제외하고는 딱히 돋보이는
역할도 아닌 데다가 머리칼까지 잘리고 너무 못생기게
나오는 역할이라 그녀의 실력과 매력이 보이기엔
한참 부족한 역할이라 너무 아쉽다.
그 외에 떼나르디에는 임기홍씨과 그의 부인 역은
김영주 씨가 맡았는데, 오히려 주연보다 돋보이는
조연이라고 할까? 두 분 다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
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한두 명의 주연이 모든 극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아니다. 그렇기에 조연도 주연 같고
앙상블도 매우 잘해야 한다.
근데, 주연도 매~~ 우 잘하지 않은 데다가 주조연급
역할의 배우들도 실망스러워서 참...
그냥 음악과 무대 등의 여타 부대장치로 작품을 그나마
꽉 채운 뮤지컬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코젯역할의 이상아 배우는 너무 과한 바이브레이션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과 이 장면에서 굳이 고음을 이라고
싶을 정도에 이상한 노래 등, 김문정 감독에 눈밖에
났나 싶을 정도로 매우 부조화스러운 노래로 계속 눈에
거슬렸으며 에포닌의 김수하 배우도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계속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아.. 진짜 이번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솔직히 너무 별로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솔직히 레미제라블은 어린아이들이
볼만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초등학생도 안된
아이들을 데려와 심한 관크를 하던데, 실상 그 부모들도
이 작품을 안 봤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진짜 한두 푼 하는
티켓값도 아닌데, 이런 가족나들이로 정말 작품을 즐기려는
관객들을 방해하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뭐 애들 문제겠는가
그런 행동들을 했을 때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방치하는
그런 부모들이 당연히 더 문제겠지만, 그 부모라는 사람들이
더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솔직히 대형 공연의 노키즈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야할
문제가 아닐까도 싶다.
아무튼, 좋은 작품과 유명한 음악들, 초연보다 좀 더 화려해진
무대연출 등은 좋았으나, 더 중요한 배우들, 노래와 연기에서
더 낮아진 수준에 매우 실망스러운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뮤지컬은 작품이 어떻든 배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