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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gentletongki 2024. 11. 19. 14:04

비극적 복수의 멜로디, 뮤지컬 스위니 토드 관람 후기 (2016.08.25)

2016년 8월 25일,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다시 만났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이 작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작품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생기발랄한 멜로와는 사뭇 다르게 오직 복수와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서사로 가득 차 있죠. 팀 버튼 감독의 조니 뎁 주연 동명 영화로도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저는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으니, 벌써 8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다시 마주한 스위니 토드, 그리고 캐스팅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본 스위니 토드는 과거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소환하며 비교를 멈출 수 없게 했습니다. 당시 가장 큰 화제는 조승우, 옥주현 배우의 캐스팅이었지만, 제가 관람한 날은 양준모, 전미도 배우 조합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관람했죠. 특히 전미도 배우의 무대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꼈던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풍채는 왠지 모르게 서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과거 류정한, 홍지민 배우의 캐스팅을 떠올려보면, 그 시절의 조합에 더 큰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네요.


간결해진 무대와 아쉬움 남는 연출

이번 스위니 토드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빔과 조명의 활용이었습니다. 이제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빔 사용이 필수가 된 듯합니다. 덕분에 무대는 한층 단출해졌고, 연출은 더욱 화려해졌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복잡한 세트 장치들이 그리웠습니다. 이번 작품의 세트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깔끔해서, 때로는 성의 없게 느껴질 만큼 비어 보였습니다.

 

조명 또한 이제 대부분 LED를 사용하는 추세인데, 배우들은 덜 덥겠지만, 관객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조명은 살짝 거슬렸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몇 차례 관객석을 직접 비추는 조명은 공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상과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두 주연 배우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전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잊히지 않는 넘버, 그리고 현대적 시도의 아쉬움

스위니 토드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크게 남는 넘버가 없는 작품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특별히 뇌리에 박히는 음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적인 디테일의 변화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작품 중간중간 러빗 부인의 대사들을 보며 나름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도가 아쉬웠습니다. 현대극이 아닌 시대극이라면 다소 고루하더라도 그 시대에 맞는 품격 있는 대사와 전개가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밤늦게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평론가도 아니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따져가며 글을 쓸 의무는 없지만, 오랜만에 큰 공연을 관람하니 역시 좋았습니다. 스위니 토드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둠과 비극적인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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