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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book

액스

by gentletongki 2025. 9. 24.

영화 <어쩔 수가 없다> 원작 소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액스》 후기

이번 주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기 전 원작 소설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액스(The Ax)》**를 먼저 읽었습니다. 평소 영화를 보기 전 원작 소설을 먼저 찾아 읽는 것을 즐기는데, 과연 이 작품이 한국의 배우들과 박찬욱 감독을 만나 어떻게 재해석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충격적입니다. 제지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중년 가장 버크 데보레가 재취업을 위해 자신과 경쟁하는 구직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가짜 구인 광고를 내고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받아, 자신보다 우수하거나 비슷한 경쟁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며 살아남으려 합니다.


웃을 수 없는 현실, 소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이야기만 들으면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겠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기괴한 범죄 소설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설 **《액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된 주인공이 느끼는 고용 불안과 극한 경쟁 상황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도덕적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버크의 행동은 명백한 범죄이지만, 그의 절박한 심리 상태에 일정 부분 공감하게 만드는 서사의 힘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풍자가 어우러져, 웃기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블랙코미디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작품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는 《액스》 외에도 유머와 범죄를 결합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도르트문더' 시리즈에서는 코믹한 캐릭터가 어설픈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액스》와는 또 다른 결의 블랙코미디를 보여줍니다. 《액스》는 이러한 유머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담아내며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원작과 영화, 박찬욱의 재해석이 기대되는 이유

소설은 버크가 살인 행각을 이어가면서도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고, 결국 한 회사의 유력한 지원자로 면접을 보러 가는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그가 최종 합격했는지, 또는 그 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이처럼 부당하게 얻은 성공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남기며 강한 여운을 선사합니다.

 

소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약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 주제가 박찬욱 감독의 손에 어떻게 재해석되었을지 생각하니 벌써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감정의 극한을 파고드는 연출과 특유의 미장센으로 유명한 박 감독이 《액스》의 심리적 서스펜스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했을지, 그리고 소설의 블랙코미디를 어떻게 스크린에 옮겨 놓았을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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