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제는 '안녕'을 고할 시간 : 『키메라의 땅 2』, 불쾌한 상상력이 낳은 최악의 결말
오랜 팬이었던 작가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2』를 덮고 난 지금, 남은 감정은 불쾌감과 허무함뿐입니다. 기대했던 작품을 최악의 경험으로 남기게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번 작품은, 그의 오랜 팬으로서 더 이상 그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퀸의 대각선』에서 시작된 불쾌한 상상력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는 **『개미』**와 같은 초기작에서 보여주던 치밀한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통찰로 독자들을 매료시켜왔습니다. 그러나 **『퀸의 대각선』**부터 그의 서사에는 일종의 '사이코 드라마'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믿는 모니카와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이라는 두 여성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체스 게임을 넘어선 복잡하고 난해한 심리적 갈등을 다루며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키메라의 땅 2』**에 와서 극에 달했습니다. SF라는 장르의 외피를 썼지만, 그 속에는 불안하고 불쾌한 설정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인간을 수용소에 가두고 동물원의 동물처럼 전시하는 장면은,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독자에게 극심한 불쾌감을 안겨줍니다. 소설의 핵심적인 서사는 세 신인류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이지만, 결국 작가 특유의 난해하고 기괴한 상상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만 소비됩니다. 인간을 단순한 '동물'로 격하시키고,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신인류의 모습은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깊숙이 빠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작가가 남긴 '모호함'의 불쾌한 결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실망을 안긴 것은 다름 아닌 결말입니다. 소설은 갑작스러운 네 번째 신인류의 등장을 예고하며 막을 내리는데, 이는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무책임한 방치에 가깝습니다. 그동안의 서사를 통해 쌓아 올린 모든 질문과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공중에 붕 떠버렸습니다. 독자들이 2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온 이야기는 결국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의문만 남긴 채 허무하게 끝을 맺습니다.
1권에서 진화생물학 교수 알리스 카메러는 지구의 미래를 위해 세 가지 혼종 인류인 에어리얼(하늘 인류), 노틱(해양 인류), 디거(대지 인류)를 탄생시킵니다. 2권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이 세 신인류와 살아남은 소수의 구인류가 생존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로 다른 특성과 이상을 지닌 신인류들은 종족 간의 갈등을 겪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자신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며 통제하려 합니다. 작가는 이들의 대립과 충돌을 통해 종의 진화와 생존의 의미를 탐색하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또 다른 신인류의 탄생을 암시하며 끝납니다.
결론, 더 이상은 함께할 수 없는 여정
『키메라의 땅 2』는 단순히 재미없는 소설을 넘어, 독자에게 불쾌함과 짜증을 안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이 주는 메시지나 감동은 전무했고, 오직 **'시간 낭비'**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었던 책 중 최악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을지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단호하게 말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좋은 작품을 찾는 것이 훨씬 유익한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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