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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perfomance

일 테노레

by gentletongki 2024. 1. 7.

뮤지컬 ‘일 테노레’: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일 테노레'**는 한국 최초의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삼아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비극적 역사를 덧입혀 탄생한 작품입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의사가 되는 것만을 알던 내성적인 모범생 윤이선이 우연히 '오페라'라는 낯선 예술을 접하며 조선 최초의 테너를 꿈꾸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항일운동 모임인 '문학회' 멤버들이 총독부의 검열을 피해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그 웅장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낭독회로 먼저 선을 보였기에, 대형 뮤지컬로의 재탄생은 개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공연 관람 후 '정말 괜찮은 작품', '공연비가 아깝지 않다'는 감탄으로 이어지며 확신이 되었습니다.


모든 요소의 완벽한 조화, 그 중심엔 '배우'

'일 테노레'는 시나리오, 연출, 조명, 무대, 의상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압도하며 단연 최고로 빛났던 것은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었습니다. 특히 홍광호 배우의 캐스팅 소식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고, 그의 무대는 예상대로 작품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홍광호 배우의 독보적인 보이스는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여기에 김지현 배우와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는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홍광호 배우는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이래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데스노트', '맨 오브 라만차' 등 수많은 대작에서 주연을 맡으며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은 '일 테노레'의 윤이선 역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소심한 의대생이 조선 최초의 테너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그의 출연 회차는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으며, 이는 홍광호 배우의 탁월한 티켓 파워와 더불어, 그의 목소리가 '일 테노레'가 지닌 메시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귀를 사로잡는 넘버의 향연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일 테노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모든 넘버들이 출중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관람했던 여러 뮤지컬 작품들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일 테노레'의 넘버들은 작품의 서사와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귀를 매료시켰습니다.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넘버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훌륭한 넘버들은 박천휴 작사가윌 애런슨 작곡가의 합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미국 뉴욕대에서 만나 '휴&윌 콤비'로 불리며 한국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창작진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특히 윌 애런슨 작곡가는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19세기 오페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뮤지컬에 어울리는 감동적인 선율을 만들어냈습니다. 박천휴 작사가 역시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아쉬움 속 빛나는 흡입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

2막 초반의 전개가 살짝 루즈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 있는 극 전개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2막 말미의 무대 변화는 신선한 시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단 한 번만 사용되었기에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었으나, 동시에 한 번뿐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일 테노레'는 앞으로도 계속 재연되기를 바라게 되는 작품입니다. 다만, 홍광호 배우가 작품의 상징처럼 각인되어 '레베카'의 옥주현 배우처럼 그의 부재 시 작품의 롱런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박은태, 서경수 배우 등 다른 훌륭한 배우들의 캐스팅도 존재하지만, '일 테노레'가 가진 목소리는 홍광호 배우를 대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다는 평처럼, 뮤지컬 '일 테노레'는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홍광호, 그리고 김지현 배우의 캐스팅으로 관람한다면 그 감동은 배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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