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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book

혼모노

by gentletongki 2025. 10. 27.

성해나 소설집 『혼모노』 후기: "진짜"는 뭘까? 우리 마음을 들여다본 작가의 특별한 시선

성해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소설집 제목인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인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속의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섬세하게 들려줍니다. 왜 이 책이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읽어보니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흡입력 최고! 마음을 사로잡는 섬세한 필력

이 책 안에는 총 7편의 짧은 이야기(단편)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 7편 모두가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특히 몇몇 작품에서 작가가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일상적 소재 속에서도 쉽게 간파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욕망과 갈등을 날카롭게 포착해냅니다.

 

성해나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 문체와 인물 묘사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굉장히 섬세한 관찰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 뒤, 그걸 시니컬하게 툭 던져 놓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숨겨진 욕망을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내밀하고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소설로 완벽하게 해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 윤리적 딜레마를 던지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특히 첫 작품인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부터 작가가 인물을 통해 보여준 감정에 대한 접근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정의 접근이라는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아동학대 논란이 있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열렬히 좋아하는 팬의 이야기입니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든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면 계속 좋아해도 괜찮을까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의 가치와 인간의 윤리가 충돌하는 딜레마를 아주 치밀하게 다룹니다. 팬이 느끼는 맹목적인 팬심의 경계와 그 속에서의 내적 갈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팬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판단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2. 우리가 외면했던 시선: 「스무드」

이후 「스무드」는 우리가 바라보지 못한 시각에서의 현상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한국인 외모이지만 미국식 문화 속에서 자란 '경계인' 듀이가 한국 사회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선과 주변과의 소통 문제를 다룹니다.

 

듀이는 한국 사회를 '밖'에서 온 사람처럼 바라봅니다. 특히 듀이가 태극기 부대 집회를 '축제'처럼 인식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는 으레 '저 사람들은 이럴 것이다'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만, 작가는 이 낯선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사회 현상이나 **'타자'**를 얼마나 얄팍하고 단순하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3. 표제작 「혼모노」, '진짜' 무당은 누구인가?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제목, 「혼모노」,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30년 경력의 박수무당 문수가 자신에게 깃들었던 신이 어린 신애기에게 옮겨가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내용입니다.

 

오래된 무당 문수는 이제 신이 떠나 영험한 능력이 없습니다. 반면 신애기는 신을 막 받은 **'진짜'**입니다. 문수는 신애기가 자신의 과거를 흉내 내는 것을 보면서도, 결국 가짜이면서도 가장 '진짜' 같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무속 신앙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통해, '진짜'란 과연 무엇인가를 깊이 묻습니다. 능력이 없더라도 오랫동안 그 역할을 해온 사람이 진짜일까요? 아니면 잠시 능력이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진짜일까요? 작가는 이 질문을 통해 '진짜'의 기준이 얼마나 모호하고 유동적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구의 집은 뭔가 섬뜩한 느낌 정도였습니다.

단편 제목 핵심 내용 (줄거리 요약)
혼모노 신이 떠난 베테랑 무당과 새로 신을 받은 신애기의 '진짜 무당' 정체성에 대한 질문.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문제적 예술가에 대한 팬심과 윤리적 딜레마의 충돌.
스무드 경계인 듀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정체성 혼선과 소통 문제.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건축 설계를 통해 인간을 통제하는 권력과 공간의 문제 환기.
우호적 감정 회사 동료들의 미묘한 권력관계와 숨겨진 감정에 대한 현실적 묘사.
잉태기 가족 내 세대 갈등과 엄마, 시아버지, 딸로 이어지는 감정의 충돌.
메탈 사회의 부조리함에 저항하며 방황하는 경계인 청년의 모습.

4. 아쉬움 속에서도 빛난 통찰: 후반부 단편들

그리고 「우호적 감정」부터 「잉태기」, 「메탈」까지는 솔직히 앞선 단편들만큼의 강렬함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앞에 단편들이 주는 강렬함 때문인지 나쁘지 않았던 필체였지만 그마저도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집의 모든 단편은 끝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독자의 해석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느껴지면서도 그것이 그렇게 얕지 않아서 읽고 나서 제법 오래 되새겨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었습니다.

 

흡입력 있는 문체깊이 있는 질문 덕분에 이 소설집은 독서의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제가 책을 읽고 감정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았던 부분, 혹은 그 감정을 글로 써내기에 너무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작가가 그런 **'정답 없는 감정의 경계'**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 '현대 사회의 불안',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습니다. 이처럼 가독성 좋은 문체전문성 있는 통찰을 담아낸 성해나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오히려 이런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는 어떤 호흡으로 독자를 이끌어갈지 궁금하여 조만간 **『두고 온 여름』**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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