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알타보이즈', 화려함 속에서 찾은 진솔함의 가치
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2016년 6월 30일, 다시 만난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보기 위해서였죠.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전에 한 번 봤던 작품이라,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증을 안고 유니플렉스에 들어섰습니다.
중극장인가, 대극장인가? 유니플렉스의 묘한 매력
유니플렉스 공연장은 좌석수가 600여 석으로 중극장과 대극장 그 중간쯤 되는 묘한 포지션입니다. 폭이 좁아서인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 덕분에 무대에 대한 몰입도는 더욱 높아지는 듯했습니다. 알타보이즈는 각 역할마다 3~4명의 배우가 캐스팅되어 있어, 마니아라면 다양한 조합으로 공연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더군요.
시각적 화려함의 극대화, 그리고 그 속의 메시지
요즘 공연 트렌드를 반영하듯 알타보이즈는 LED 조명과 빔 프로젝터를 활용한 영상으로 무대적 풍성함을 극대화했습니다.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은 물론 바닥, 천장, 좌우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시각적인 화려함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소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오롯이 무대와 배우, 그리고 영상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집중하게 만들었죠.
알타보이즈는 가톨릭 보이그룹이 전 세계를 돌며 영혼을 정화시킨다는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내용보다는 구성에 있습니다. 각 인물의 소개와 사연에 맞춰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그 자체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몇몇 넘버들은 대중가요 못지않게 귀에 쏙쏙 박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되더군요.
화려함 너머의 아쉬움, 그리고 진정성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유명 배우나 소위 아이돌의 부재도 공연적인 아쉬움으로 다가왔죠.
무엇보다 알타보이즈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가톨릭을 주제로 하면서도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가톨릭적인 작품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의외의 아이돌성을 보여줬다면 더욱 충격적이고 신선했을 것입니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 중 일부는 아이돌 스타일의 배우들이 "할렐루야!"를 외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멋진 조명과 스크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작품과 배우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그 자체로만 빛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요즘 작품들은 기술적인 발전이 두드러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발전과 진솔함, 그 사이의 균형
어쩌면 저 같은 아재 세대에게는 지금의 지나친 화려함이 때로는 피로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과거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비단 발전하고 화려해지는 것만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알타보이즈는 공연 그 자체를 넘어, 현대 사회의 발전과 진솔함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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