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도 이제는 마블 영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언제부턴가
마블의 히어로 영화는 우리에게 세상의
옳고 그름을 알려주려는 듯, 히어로물의
가면을 쓴 동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고 나서
부터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난 기존엔
디즈니의 순수하고 착한 내용이 한가득
담긴 그런 영화들이 참 좋았다.
단순하게 권선징악을 논하던 그 디즈니
하지만 최근의 디즈니는 솔직히 뭔가
이상해진 것 같다.
동화적인 교훈을 넘어서서 판단의 여지,
쉽게 사람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의 문제들까지도 싸잡아서 동화의
교훈이라는 포장을 하여 영화 안에 꾸겨
넣고 있다. 그렇기에 요즘 디즈니의
영화들을 보면 뭔가 불편함도 지울 수가
없다.
디즈니마블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블랙
팬서를 보면서도 난 어렴풋 이런 불편함이
느껴졌다.
솔직히 난 시원스러운 히어로 영화를 보러
갔지, 뭔가 가치판단이 필요한 사상적인
이야기를 보러 간 게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런 가치 판단의 영역의
문제들은 이것이 무조건 옳다고 우길 수도
없기에 뭔가 돌리고 꼬아서 그 내용을 담곤
한다. 그렇기에 뭔가 초잡탕찌개가 탄생한
느낌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바로 느껴진 바는
재미있었다! 가 아니라 재미있었나?라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긴 러닝타임 동안 크게
지루한 바는 없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의
흐름은 느껴졌다. 이것은 내가 기대한 영웅
영화가 아니다. 사실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이 있기까지 했다. 물론 러닝타임 내내
재미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를
다가가는 그 과정이 딱히 기대되지도 않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기에
급급해 보였다. 솔직히 좀 짜증이 난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론 마블 히어로 영화는
안 보련다.
사실 마블 페이즈 4 이후에 들어서는
이야기가 너무 난잡해졌다. 흐름을
다 파악하려면 디즈니+에서 드라마
시리즈까지 봐야 하고, 방대해진 세계관에
나 같은 사람은 기대보단 그냥 지치기만
한다. 마블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할 의지는 없나 보다.
마블 히어로 영화가 창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미 마블코믹스라는
만화책에 있는 커다란 줄기를 가져다가
영화로 꾸며내는 건 창작이라기보단
업그레이드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디즈니가 흑인 인어공주 영화를 내놓려고
한다는데, 뭐 흑인이라서 문제가 아니다.
흑인 공주 주연의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될 것을 왜 기존에 멀쩡한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억지로 틀어서 이렇게 이슈를
발생시키는 건지, 그리고 문제는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건 사실 너무 기분이
나쁘다. 요즘의 디즈니의 행보는 솔직히
착한 가면을 쓴 깡패 영화사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리 좋은 것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선택권은 받아 드리는
사람이 직접 판단할 수 있을 여지는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영화라는 건 일방적인 전달매체다.
특히나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는 영화사라면
이것을 더더욱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도 너무 힘을 주면
휘어지다 못해 결국은 부러져서 쓸모없게
되는 것인데, 진심으로 디즈니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무튼, 이 영화 블랙 팬서...
액션도 뭔가 밍밍하고, 앞선 전작의
블랙 팬서만큼의 임팩트도 전혀 없었고,
그리하여 히어로 영화를 관람한 흥분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참 안타까운
작품이다. 앞으로 개봉할 마블 영화
계속 보는 게 맞을까? 지금 맘으론
딱 손절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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