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책장을 열었다가 뒤통수를
띵~하고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작별인사, 뭔가 굉장히 인간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줄 알았다. 맞다. 인간적인
내용, 하지만 그 전개에 등장하는 건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
사실 이런 줄거리는 영화든 게임에서든
한 번쯤은 만나봄직한 스토리라 사실
대단히 낯설거나 생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섬세함
그것은 다른 매체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담겨져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휴머노이드,
과연 인간이 로봇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굉장히 철학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달마라고 부리
우는 휴머노이드의 존재와 주인공을
만든 아빠라는 인간이 대사 안에
많이 드러나 있다.
'의식이 있는 이야기와 의식이 없는
이야기'에 대한 선이라는 인물의 이야기
'감성과 이성을 조합해 판단을 내리는
인간과 논리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로봇,
오직 인간만이 호기심과 욕망, 신념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거야'라는 아빠,
바로 최박사의 이야기가 어쩌보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생각인 것 같다.
사실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단조롭다.
이를 영화화했다면 정말이지 지루한 영화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이 좋은 건
스크린과 달리 인물들이 저런 의미 깊은
대사를 길게 늘어놓아도 독자는 결코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철학적이고 깊은 주제를 가진
어찌 보면 굉장히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김영하 작가 특유의 필체로 정말이지
완벽하게 지어낸 작품이었다.
자루 해질 수 있는 전개 또한 그의 솜씨로
다듬어져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정말
쉼 없이 넘겨졌다.
소설인데 읽고 나서 마냥 즐겁지마는
않다. 뭔가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은
정말이지 존엄한가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제목에 상상도
못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를 덮어씌워
가장 궁극적으로 인간의 고찰을 하게 만든
이 작품은 다시 되뇌어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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