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창작 뮤지컬답지 않은 스케일과
스타일, 뭐 창작뮤지컬이라고 이러지 말란
법은 없지만, 코로나 이후 오픈한 제법 큰
창작뮤지컬에 눈길이 간다.
바로 베토벤이다.
심지어 이번에 초연인데 캐스팅도 매우
화려한 편이다.
베토벤 역할에 박효신, 박은태에 카이까지
또 여주인공엔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가
참여했다.
공연장소는 예술의 전당 대극장이다.
사실 초연이고 국내 창작이라 어떤 작품이
탄생될지 큰 기대를 안고 만난 뮤지컬이다.
일단 좋았던 점은 화려한 의상과 춤,
그리고 조명과 다양한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극중 등장하는 6명의 무용수의
춤사위는 보는이는 황홀하게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에 의상도 세심한
손길을 거친 듯 디테일함까지 잘 살려
시대상에 더불어 더욱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까지도 살리는듯 했다.
음악, 일단 제목에서와 같이 이 작품의
음악은 베토벤의 유명한 곡들을 샘플링
하여 만든 곡들이다. 그렇기에 귀에 익은
멜로디가 가득 흘러 넘친다. 거기에
화려하고 강렬한 편곡으로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넘버들이 탄생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음악에 입혀진
가사는 어딘가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아
외국곡에 억지 번역을 해서 입힌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또한 곡 자체의 임팩트가 약해서
아무리 익숙한 멜로디의 곡이라 해도
공연이 끝나고 난뒤 귓가에 흥얼거릴
강렬함은 부족해서 그 점이 매우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스토리다. 겉은 화려하게 치장
했으나 사실 내용이 너무 엉성했다.
이는 뮤지컬의 한계를 짚자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내용이 매우 부실
함을 꼬집고 싶다.
베토벤의 생애는 뮤지컬에 담기 너무
장황하고 그렇다고 베토벤의 사랑?
그걸 담으려했으나 이도저도 아닌
맛만 담겨져 있고, 베토벤의 강렬한
인생일부라고 하기에도 이 작품 내에
담긴 내용은 너무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냥 3시간여 베토벤 주크박스
뮤지컬 콘서트를 보고 나온 느낌이
강하다.
내가 관람한 캐스팅은 카이, 옥주현이
었는데, 아무래도 초연이고 프리뷰기간
이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1막엔
뭔가 음도 많이 흔들리고, 뭔가 소극적인
발성이 느껴져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박은태, 조정은 캐스팅이
가장 탐나는 캐스팅매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떠오른
작품은 마타하리였다.
마찬가지로 국내 창작이고 스케일도 작지
않았던 작품, 하지만 돌이켜보면
마타하리도 내 기준에 큰 점수를 주진
않았던 작품인데, 그럼에도 일부 넘버는
지금도 찾아 듣고 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과연 이 작품이 끝나고도 넘버들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멋지게 만들어진 훌륭한 음악과
뇌리에 박히는 좋은 뮤지컬 넘버와는
확실히 괴리가 좀 있는 거 같기도 하다.
무조건 웅장하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동반된 뮤지컬 음악만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역시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음악적인 아쉬움과 내용에 대한
큰 실망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뮤지컬은
항상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부디 이번 공연 이후로도 좋은 방향으로
수정되어 롱런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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